OPEC+ 감산 결정
국제 유가 전망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기타 산유국으로 구성된 협의체인 OPEC+가 하루 100만 배럴 규모의 감산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실물경제는 물론 금융시장에도 악재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OPEC+ 감산 계획 발표
OPEC+ 주요 회원국은 사우디아라비아의 50만 배럴을 포함해 하루 116만 배럴 규모의 자발적 추가 감산 계획을 2일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10월 OPEC+ 회의에서 결정한 대규모 감산 정책(하루 최대 200만 배럴)과 별도로 시행하는 추가 조치였습니다.
발표 다음날인 3일 OPEC+ 장관급 감시위원회(JMMC)는 화상회의 뒤 성명을 내고 "자발적인 감산 결정은 원유시장 안정을 위한 예방 조치"라며 지지했습니다. 감시위는 "러시아의 앞선 결정(하루 50만 배럴 감산)까지 합치면 하루 감산 규모는 166만 배럴"이라고 했습니다. OPEC+가 지난해 10월 하루 20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결정한 것까지 합치면 세계 원유 수요의 3.7%에 해당하는 하루 366만배럴이 감산됩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촉발된 은행 위기가 소강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인플레이션도 진정 기미를 보였지만 OPEC+의 감산 소식으로 '골디락스'(경제성장과 물가안정이 공존하는 상태)를 기대했던 시장 관계자들에게 찬물을 끼얹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습니다.
OPEC+ 감산 결정 이유
OPEC+가 감산을 결정한 것은 올해 1분기 국제 유가가 2020년 3분기 이후 최대 낙폭(-6%)을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당초 중국의 리오프닝이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지난달 터진 글로벌 은행 위기로 경기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미국 백악관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감산 발표는 현명하지 않다"고 비판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OPEC+의 감산으로 유가가 오르면 물가 상승을 자극하고, 이는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 결정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제 유가 급등
감산 소식에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5월물 가격은 이날 장중 8% 급등해 배럴당 81달러를 넘어섰습니다. 브렌트유 선물도 장중 7% 넘게 뛰면서 장중 86달러에 거래됐습니다.
국제 유가 전망
주요 금융사는 유가 전망을 상향하고 있습니다.
UBS는 6월까지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예상 밖의 하루 100만 배럴 수준 공급 감축이 1년가량 이어지면 유가가 배럴당 20~25달러 정도 오른다"고 분석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연말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배럴당 90달러에서 95달러로 높여 잡았고, 내년 말 전망치도 100달러 수준으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과거에 비해 OPEC+의 (원유) 가격 결정력이 상당하다"고 분석했습니다.
경기침체 우려
국제 유가 상승으로 글로벌 경기 전망도 다시 어두워지고 있습니다.
지난주까지는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가격 지수가 예상을 밑돌자 미 중앙은행(Fed)의 다음 달 기준금리 동결 기대로 주가가 오르는 등 전망이 밝았습니다.
하지만 감산 조치로 물가 상승폭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이날 S&P500선물과 나스닥100선물은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2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연 4.1%대로 상승했고, 미 달러화도 강세로 돌아섰습니다.
원유 가격이 에너지 등 생활 필수재 가격에 영향을 미쳐 물가를 밀어올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Fed가 더 급격하게 금리를 올리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SVB 파산에 이어 크레디트스위스(CS)가 대규모 부실이 발생해 UBS에 인수되는 등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최근엔 자산 7조달러(약 9123조원)의 미 중권회사 찰스슈와브가 대규모 채권 손실로 휘청이며 위기감이 높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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