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반도체 기업 중 처음으로 시가총액 1조달러(약 1320조원)을 돌파했습니다. 주력 제품인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챗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 개발과 구동에 필수품으로 꼽히며 판매량이 급증한 영향이 컸습니다.
엔비디아 시총 1조달러
엔비디아 시총은 30일 뉴욕증시에서 장중 1조달러를 넘어섰습니다. 뉴욕증시에서 시총 1조달러를 웃도는 기업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모회사 알파벳, 아마존 등 네 곳뿐입니다.
엔비디아 시총은 연초 이후 현재까지 172% 급증했습니다. 엔비디아의 고성능 GPU가 생성형 AI 개발 및 구동에 필수품으로, 챗GPT로 촉발된 AI 붐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엔비디아 소개
대만계 미국인인 젠슨 황(61)은 1993년 엔비디아를 세우고 게임용 그래픽을 구현할 목적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내놨습니다. 그 후 20년 가까이 중앙처리장치(CPU)를 보조하는 역할에 머물렀던 GPU는 최근 인공지능(AI) 시대의 주역으로 도약했습니다.
- CPU vs GPU
CPU는 입력된 순서대로 하나씩 정보를 처리하는 데 비해 GPU는 한꺼번에 여러 정보를 동시에 처리(병렬 연산)합니다.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 시대가 열리면서 GPU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게 되었고, 주요 정보기술(IT) 업체들이 AI 개발 경쟁에 뛰어들면서 GPU 가격도 폭등하고 있습니다.
- 엔비디아 사업부
엔비디아 사업부는 크게 네 개로 나뉩니다. 게임용 그래픽카드로 유명한 '게이밍', GPU와 메모리반도체 등을 조합해 AI 서비스용 서버·데이터센터를 판매하는'데이터센터', 자율주행 솔루션을 개발해 공급하는 '오토모티브', 메타버스 디지털트윈(현실과 똑같은 가상공간) 등을 담당하는 '프로페셔널비주얼라이제이션'입니다.
2024 회계연도 1분기에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사업부는 데이터센터로, 매출은 42억 8400만달러(약 5조6668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14.2% 늘었습니다.
데이터센터 사업부가 선전한 직접적인 원인은 고성능 GPU 판매 급증입니다. 기업들이 생성형 AI 개발·구동과 디지털 전환(DX)을 위해 데이터센터에 투자하면서 엔비디아의 고성능 GPU를 장착하는 서버·데이터센터 시스템의 실적이 늘었습니다.
엔비디아 실적 증가 원인
엔비디아 실적 증가세의 근본적인 원인은 '소프트웨어(SW)'와 '플랫폼' 경쟁력에 기반한다는 분석입니다. AI 프로그래밍을 위해 엔비디아의 SW와 플랫폼에 의존하다 보니 GPU나 서버도 엔비디아 제품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 쿠다 (CUDA)
엔비디아 전용 AI 프로그래밍 SW '쿠다(CUDA)'가 대표적입니다. 엔비디아는 2006년 게임용으로 활용되던 GPU를 범용으로 쓸 수 있게 하기 위해 쿠다를 개발, 대학과 개발자 커뮤니티에 무료로 배포했습니다. 2010년대 초반 학술대회에서 쿠다를 사용한 연구진이 "AI 학습과 연산에 GPU가 중앙처리장치(CPU)보다 효율적"이라고 발표하면서 GPU는 AI의 필수재로 굳어졌습니다.
- AI용 GPU 점유율
AI용 GPU 점유율은 엔비디아가 압도적입니다.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점유율은 92%로 경쟁사인 AMD(5%), 인텔(1%)을 큰 격차로 따돌리고 있습니다.
엔비디아, AI 산업 장악
엔비디아가 '반도체 - 데이터센터 - AI 개발 소프트웨어(CUDA) - 플랫폼 - 프로그램'으로 이어지는 AI산업 생태계를 장악하고 있어 엔비디아의 독주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엔비디아는 최근 디지털트윈용 플랫폼 '옴니버스', 기업의 빅데이터 분석용 플랫폼 '엔비디아 AI' 등 다양한 AI 플랫폼과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 프로그램 등을 내놓고 있습니다. GPU, SW에 그치지 않고 AI 산업 전반을 장악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입니다.
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는 "엔비디아는 GPU를 잘 만들 뿐만 아니라 GPU를 활용하는 SW 쿠다를 AI 프로그램 개발의 표준으로 만들었다"며 "엔비디아를 대체할 기업이 나올 가능성은 사실상 없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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