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뱅크런
SVB 파산 위기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큰 상업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이 9일 대량예금인출 사태인 뱅크런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이 여파로 모회사인 SVB파이낸셜그룹의 주가는 하루 새 60.4% 폭락했고 미국 4대 은행 시가총액은 68조원 이상 증발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실리콘밸리에서 벌어진 뱅크런이 금융 시스템 위기를 알리는 '탄광의 카나리아(전조)'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은행주 폭락
9일 외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 4대 은행인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씨티그룹 시가총액에서 총 524억달러(약 69조4500억원)가 증발했습니다. 나스닥 KBW은행지수도 이날 7.1% 폭락했습니다.
은행주 폭락 이유
은행주가 급락한 배경에는 'SVB 쇼크'가 있습니다.
스타트업 전문 은행인 SVB는 전날 "18억달러의 세후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210억달러에 달하는 매도가능증권(AFS·만기 전 매도할 의도로 매수한 채권과 주식)을 매각한다"고 밝혔습니다. SVB는 그동안 코로나19발 초저금리로 유동성이 넘치던 2021년 약 2배 이상 불어난 예금을 미국 국채 등에 투자했는데, 연준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보유 자산인 국채 가격이 크게 하락한 상태입니다. 이어 자금난에 빠진 벤처캐피털(VC)과 스타트업이 SVB에서 예금을 인출해 가기 시작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반적으로 은행들은 손해를 보면서 보유 채권을 매각하려고 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대량 예금인출 염려가 있을 때 현금 확보를 위해 이러한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SVB의 1분기 평균 예금 규모는 1670억~1690억달러로 올 1월 전망치(1710억~1750억)보다 크게 낮아졌습니다. 고객인 스타트업이 보유한 자금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SVB는 22억 5000만달러 규모로 증자를 단행하고 벤처캐피털인 제너럴애틀랜틱(GA)으로부터 5억달러를 투자받아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장은 이미 패닉에 빠졌습니다. 뉴욕타임스는 "SVB가 실패할 경우 2008년 JP모건체이스의 계열인 워싱턴뮤추얼 파산 이후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큰 파산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문제는 다른 은행도 이 같은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입니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미국 내 예금액은 2019~2021년 38%나 증가한 데 반해 대출은 7%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갈 곳이 없어진 돈은 주식과 채권에 몰렸습니다. 하지만 금리 인상으로 자산가치가 폭락하면서 시중은행 평가손실이 급증했습니다. 만일 뱅크런 사태가 일어나면 SVB처럼 대규모 손실을 감수하고 자산 매각에 나설 시중은행이 나올 수 있다는 뜻입니다.
가상화폐 거래 은행인 실버게이트의 파산 소식도 이날 은행주 폭락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시장에서는 실버게이트 파산과 SVB 유동성 위기가 금융 시스템 위기의 전조에 해당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금융권 위기 여부
하지만 이번 사태가 금융권 전체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은 성급하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주로 벤처캐피털과 스타트업에서 예금을 확보한 SVB와 달리 대형 은행들은 다양한 곳에서 예금을 유치할 수 있어 위기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 침체가 실재함에도 시장은 그 자체를 부정하고 노랜딩 시나리오 등을 자산 가격에 녹여왔다"며 "지금 그 부작용을 다시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관건은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입니다. 연준이 공격적으로 긴축에 나서면 SVB처럼 자금력이 약한 일부 은행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에서는 오는 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다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고용·물가 지표를 지켜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아시아 증시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01% 하락한 2394.59를 기록했습니다.
일본 시장에서도 닛케이225지수가 1.67% 하락했고, 홍콩 항셍지수도 3% 가까운 하락세를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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